6월19 수요일
일수: 35일째
날씨: 흐렸다 맑았다 깨끗했다 뿌옇다~ 결국엔 비가 쏟아짐

구룡령~조침령~단목령 (약30km)

구룡령출발 : 04:40
갈전곡봉 : 06:20
왕승골갈림길 : 08:00
단풍군락 : 10:40
조침령 : 13:30
900.2봉 철쭉능 : 14:30
북암령 : 17:00
단목령 : 18:10

월드컵 이탈리아전의 흥분때문에 잠을 제대로못잤다.
혼자서 알딸딸한 술기운에 라디오에서 들리는 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고래고래 악을 쓰도 바람에 뭍힌 목소리는 단음으로만 끝났다.
겨우 새벽2시쯤 잠들었지만 4시도 못되어 깨고 말았다.
그 시간에 대간줄기를 타기위한 어떤 일행들의 말소리를 들려서였다.
바쁜 사람들이지 이내 숲속으로 사라졌다.

장비를 꾸리고 대충 식사를 한후 출발했다.
갈전곡봉을 오르기도 전에 날은 훤하게 트였고 안개속에 불쑥불쑥 솟은 산들이 경이롭다.
오늘 산행은 지루할만큼 편편하고 또 대간중에서도 젤 긴 일정이었다.
도상거리만 30km이상이 되어 보이는 27구간의 전부다.
내가 왜 이길을 걷고있냐며 다시돌이켜 보게되는 지루한 길이었다.
원래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 있을리도 만무하겠지만
이만큼의 길을 걸어오고 난후의 생각이지만 백두대간을 꿈으로만 간직할때가 그리워졌다.
선택했기때문에 가고 있지만,
정말 초라해보였고 힘들어서 쉬어야 했기에 주저 앉아 버리는시간이 길어질수록 한숨만 늘어갔다.

갈전곡봉의 오르내리막을 지나 왕승골이란 표지판이 붙여진 곳을 지나왔다.

단풍군락지도 지나왔다.
한참을 가니 조침령 길인듯한 포장공사를 하는 길이 보인다.
내려서면 조침령인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기가 쇠나드리 쯤 된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침령에서 식수가 없어 아랫동네까지 히치를 하여 식수를 구해왔다.
조침령에서 900.2봉 사이가 38도선을 가르고 있었다.
삐뚤한 역사속에서 대간줄기를 여기까지 밖에 타지 못했을수도 있었겠다 이런생각했다.

양수발전소 공사현장이 보인다.
엄청나다.

새벽에 간 사람들 도대체 어디까지 갔는지 문득 궁금했다..
목소리들이 약간 나이가 들고 그래서 금방 따라 잡을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다.
북암령에 도착할때 쯤 먹구름이 몰려왔다.
힘들어죽겠구마 또 비냄새라니... 보폭이 빨라졌다.
도착한 단목령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두컴컴하다.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단목령 푯말이 퀭하니 반겼다.
단목령...박달나무고개

박달나무로 만들었음직한 단목령 이정표가 옛스럽다. 단목령에서 설피방향으로 100미터쯤에 있는 개울에서 발을 씻고 팬티를 빨고 밥할 준비를 했다.
비올걸 대비해서 노끈과 판초우의로 후라이를 만들고 메트리스를 깔고 침낭카바를 씌워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가스연료가 보이지 않았다.
구룡령에서 출발할때 분명히 넣은거 같은데언제잃은건지 답답했다.
어둠속에서 베낭을 꾸리느라 빼 먹었지 싶다.......

오색으로가야 하나...
들어만 본 설피골방향으로 가야 하나.
오색은 멀지만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이었고 설피골은 모르기 때문에위험을 안고 가야된다.
고민하고 있었다.

호젖한 중년 두분이 베낭도 없이 당귀잎이며 오가피가지 몇개를 손의 쥐고 소담을 나누시며 산책을 하신다.
내 눈을 의심해 하며 인사를 했다.

설피에서 올라오신 분이라 한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자기랑 같이 내려 가자고 했다.
아무 말도 않고 따라 내려섰다.
단목령에서 굴곡이 없는 시골오솔길 같은 길을 15분쯤 걸어 내려서니 통나무 찾집 분위기 집이 보인다.
한참은 연배로 보이는 털보와 사회에 있으면 안될거 같은 젊은 몇분이 음산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
그중 털보분은 89년(?) 대간종주를 했다 하면서 조령에 계신 아주머니 안부를 묻는다.

그 아줌마가 그아줌만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잘 계시다 전하고.
5분쯤 더 내려서자 그 어르쉰의 통나무집이 보인다.
운치있었다.

솥에 닭두마리 삶아 뒀으니 알아서 먹어라 했다.
직접 일구어 놓은 밭에 상추랑 당귀잎이랑 뽑아다 씻어 쌈밥에 닭 한마리를 혼자 다 먹었다.
소주한병까지 암말 않고 비워버렸는데도
싫은 내색도 안하셨고 나 또한 남의 집 같이도 생각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스 하나 베낭에 넣고 혹시나 라면까지 챙겨 넣었다.

그러라고 했다.

아늑하고 단촐하고 ..
무엇보다 집이 정말 멋졌다.
하나 더 짓는다고 공사를 하고 계신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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