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일요일
일수: 32일째
날씨: 안개에 젖은 오후는 맑은날 그렇지만 먼주위는 전혀 보이지 않음

삽당령~닭목(재)령~대관령(약26km)

임계여관출발 : 05:40
삽당령 : 06:20
석두봉 : 09:20
화란봉 : 11:20
닭목령 : 11:50~12:40
고루포기산 : 15:05
능경봉 : 17:00
대관령 : 17:45

삽당령을 경유해서 강릉으로 가는 첫버스는 08:05이었다.

새벽이고 지나는 차가 별로 없어서 히치가 어려웠다.
어렵사리트럭을 얻어 타는데 성공하고삽당령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모처럼의 동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오솔길 아래엔 길따리 임도가 나 있었다.
풀잎에 나뭇잎에 맺힌 지겨운 이슬들은짧은 시간에 옷을 몽땅 적셔 버린다.
개운한 새벽에 질퍽한 아침이 되어 버렸다.


심심한 산행길도 이제는 대간 후반부에 들어 단련되었다.
멍하게 허공을 보며걷다가 괜찮은 길이 나오면 기분 좋고 잡목이 괴롭히면짜증도 내고 했지만
그럭저럭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 갔다.

눈이 오면 텐트를 치고 한번쯤 이런곳에 야영했으면 한 곳도

산죽군락이한참 동안나를 따라 오던 숲길도 지나쳤다.
걷는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는 산행에도취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무릎이아파 내리막길이 두려울 때가 많았지만 그 두려움보다 훨씬 큰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가 자신감인지 만족인지는 모르겠다.

닭목재

곡물저장고 앞 산신각 잔디밭에 늘다랗게 젖은 옷가지와 신과 베낭을 널어놓고 점심을 먹었다.
부랑자의 행색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시선을 염두에 두진 않지만 좀 초라했다.

목장을 지나 쉼터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보낸 후 발길을 옮긴다.

오후엔 여지없이 지친다.

능경봉에서 오랜만에 사진을 한컷했다.
산 아래 거북이등 샘터에 데이트를 하는 커플이 두 쌍이 있었다.
숲속에서 툭 튀어 나오자
갑자기 환해지며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보였고
새로 생긴 터널로 인해 폐쇠된 대관령 휴게소가 을씨년 스럽게 보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한번지났던 적이 있지만도저히 생소한 이곳이 오늘잘 곳이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밥을 하고 있으니 간이매점(?)을 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오셔 소주를 권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두병을 비우지만 머리는 개운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날이 어둑해질쯤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약초꾼 한분이 또 오셔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신다.
그분 포터를 개조한 멋진곳에서(~사회에서 보는 시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음) 오가피차를 한병쯤 비우고

국사성황당으로 산책을 갔다.
굿거리 하는 광경이 보고 싶었었다
신묘한 터에 예사롭지 않은 고급승용차들이 즐비하고 한상에 몇백만원치는 될만한 음식들이 국사성황당임을 말해준다
중얼중얼거리는 주문에 한참동안 넋이 나가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다.
떡 좀 얻어 먹자 했지만 면박받았다.


정말 이색적인 체험이었고 신기했다.
한국 땅이 아닌 조선시대 인줄 알았다.

별이 반짝인다.
내일은 맑아라!.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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