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금요일
일수: 37일째
날씨: 맑음. 짖은안개. 비

희운각~미시령(상봉샘터) (약 14km)

희운각출발 : 05:50
마등령 : 09:30
황철봉 : 14:30
미시령 : 15:40~18:30
상봉샘터 : 19:30

구룡령에서 미숫가루로 10일을 버티면서 대간을 했다는 형님께 말린 오징어 10마리를 받은적이 있다.

고향다녀오는 길이라면서 힘내라 하시며 ......주고 싶으셨던가 보다.

심심한 입을 달래느라 몇마리 먹었다.

그런데,

나머지를 희운각 다람쥐가 훔쳐갔다.

내.외설악을 양분하는 공룡능
외설악의 짙은 운무들이 공룡의 등을 넘지 못해 하늘로 솟구친다.
내설악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다.
하늘로 솟구치고 솟구치는 안개는 빛을 받았다. 황홀하다.
1275봉의 공터에서 넋을 잃고 봐야 했을 만치 멋졌다.
천화대와 1275봉 사이(?)의 안부에서 야영을 몇일째 하고 계신다는 부산에서 오셨다는 모형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갈길을 재촉했다.

없는 식량이었지만 그래도 남을지도 모를 부식 조금을 덜어 주었다.

마등령에서 만난 한무데기의 사람들이 값 비싸게 보이는 초콜릿을 주었는데 엄청났다.


마등령을 지나고 저항령까지의 너덜도 가푼한 걸음이었지만 안개때문에 너덜지대에서 길 찾기가 맘처럼 쉽지가 않다.
저항령 나무아래서 잠깐 내린 보슬비를 피해 밥을 먹었다.
잠시 내린 비에 또다시 흠뻑 젖어 버렸다.

황철봉에서 시작되는 너덜지대는 정말 안개속에서 절망적이었다.
길찾기 힘들게 생겼다고 투덜거림도 잠시 거짓말 처럼 또 날씨는 깨끗해졌다.

아래서 3명이 힘에 부친 표정으로 올라왔다.

전라도 정읍에서 왔다 했다.
미시령에 도착하자 말자 인수형님은 담을 기약하는 말고 함께 부랴부랴 히치를 하고 속초로 나가신다.
막차 탈 시간이 빠듯해서였다.
3일을 예상하고 왔는데 덕분에 하루 빨라졌다면서 고마워했다.
나도 하루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통기타 음악이 나오는 미시령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낮잠을 자다가 남사스럽기도 하고

또 퇴근을 하고 나면퀭한 휴게소 구석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할까 봐서 잔뜩 낀 먹구름을 등에 지고 상봉으로 올랐다.
샘터 안쪽에 야영지가 있었다.

보슬비가 내린다.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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