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월요일
일수: 33일째
날씨: 대체로 맑음

대관령~진고개 (약23km)
대관령출발 : 06:00
선자령 : 08:30
동해전망대 : 09:35
소황병산샘터 : 13:00 ~15:05
노인봉 : 15:30
진고개 : 16:20

믿기지 않을만큼의 현란한 촛불.
괭과리 소리.
북소리.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
둥~둥

밤새도록 꿈을꾸었다.

아침은 쌀랑한 날씨였다.
침낭에서 찌뿌둥한 몸을 삐대며 움츠리곤 꼼짝을 하지 않은채 한참있었다.

산행은 6시부터 시작했다.

가는 걸음 마시라며 어제 약초꾼이 오가피차 한병을 주셨다.

오대산으로 갈거라고 했다.

순간 한구간 빼 먹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발길이 선자령으로 향했다.

자꾸 갈등이 되었다.

어제밤 국사성황당 산책때 걸은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다 통신소를 거치고 철책을 따라 이동했다.
오늘 역시잠깐만에 흠뻑 젖었다.
애꿋은 발만 아침부터 불어튼다.

곧 선자령 정상에 도착하고 목초지대를 걷는다.
길이 여기저기 있어 헷갈렸지만 소황병산을 보고 대충 아무렇게가면 되었다.
목장길 따라 몇시간을 걸었는지 가도 가도 끝없는 목장.
지루할만큼 그렇게 이어진 길에서 아침부터 지쳐버렸다.
한걸음 한걸음 투벅.
힘없이 주저앉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 반복되고..
동해전망대라고 표시된 간이 쉼터에서 한참 앉아 궁상을 떨었고,

또 잠깐 가다가 목초지 나무아래에선 아예 자리를 펴고 누웠다.
지상 30m도 안되게 비행하는 헬기가 거슬렸다.
시끄럽기도 하고 위에서 망원경으로 나를 보는것 같아 기분 나빴다.

소황병산 샘터에서 식수를 길어다 라면을 끓여먹고는 출발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인지 물길을 제법 건너며 이동한다.
아마도 소금강에서 황병산쪽으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해져서 만들어진 길을 그냥 대간길로 이용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황병산은 노인봉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가는지 능선 목초지 위에 아련하게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을 알리는 푯말인지 알수는 없지만 여긴 소황병산 정상은 아니었다.
삼각점을 알리는 표식이 있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노인봉으로 향하는 길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났는지 산위의 산책길 같았다.

노인봉산장에 도착하자 털보수염을 한 영감이 평상에 누워 햇살을 쪼이고 있다.
인사를 했지만 힐끗 보다 돌아 누워서낮잠을 잔다.
한참 아래에 있는 식수를 길어다 자리를 뜨지만 살짝 기분나빴다..
근 10일째 20여km를 운행했던 탓에 이젠 아예 두다리 움직이기가 싫다.

오늘내일 그나마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부랴부랴~

일찍 도착한 탓에마땅히 쉴곳이 없다.
지도상에 약간 아래 폐교가 있는 것을 보고 찾아 나서다가
다시 휴게소로 돌아와 관리하는 분께 여쭈니 차량방화에 사람이 불타 죽은 곳이라

그냥 휴게소에서 자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신다.

찝찝하다.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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