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8일간기록'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08.04.15 2002.6.22 1
  2. 2008.04.08 2002.6.21 1
  3. 2008.04.07 2002.6.20
  4. 2008.04.07 2002.6.19
날짜: 6/22 토요일
일수: 대간마지막날 38일째
날씨:비

상봉샘터~진부령 (약 11km)
상봉샘터출발 : 05:30
상봉 : 06:10
신선봉

: 07:15

대간령(큰새이령) : 08:20
진부령 : 12:45
속초 : 15:00

상봉샘터

비를 피하기 위해 노끈과 판초우의로 덮개를 만들었다.
잔잔한 비가 쉴새없이 계속 내렸다.
지겹도록 맞아 왔는데..
라디오를 듣다 잠이 들었다.


새벽

축축히 젖어오는 침낭속 냉기는 비였다.
얼마나 많은 비가 온건지...
잠을 깨렌튼을 켜니 사방이 전쟁터 같다.
분명히 엊저녁 들은 기상예보에서는 흐리고 비가 많이 안온다고 했는데...
아닌게 아닌줄 알면서도 쓴웃음이 나온다.

엊저녁 해 놓은 밥, 침낭, 침낭카바..... 모든 장비들이..튀겨진 흙탕물과 비에 젖어 있었다.
추워졌다.
여름이었지만 비오는 산중은 어지간히도 추웠다.

입김이 나왔다.
소름돋아 오른 피부...윗턱과 아래턱은 어찌할줄 몰라...달달거린다.
까스버너를 켜 두고 긴 새벽을 보냈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빗물때문에 넘치는샘물을 길어다 라면을 끓였다.
조금 훈훈했다.
먹는 모습이 어떨까?
수염 위아래 뭍은 라면 국물이 혀끝에서 짭짤하게 느껴졌다.

날은 어두웠지만 움직이면 그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에 짐을 꾸렸다.
마대자루 같은 베낭속으로 아무렇게나 쑤셔 넣는데도 짐 꾸리는 시간이 한정이 없었다.
젖는 걸 방지를 위한 베낭속 속비닐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미 베낭속에서 물은 배어나오고 있었다.

묵직하다.
마지막날 이런고생이...
날은 밝아 오고 있었지만 부슬비와 짖은 안개는 그치지 않았다.

출발하는 순간에 그저께 점봉산에서 잠시 만났던 구간종주 부부가 올라오셨다.
반가움과 서러움이 교차했다.
많이 놀라셨다.

조금전 올라오는길에 멧돼지와 마주쳐 간이 콩알만 해졌는데

숲을 헤쳐 터인 공터로 나오자 마자시커먼물체가 쑥 일어나길래 또 기겁을 하셨다고...
어째든 동행이 생겼다.

젖은 베낭무게에 짖눌리고 내리막길 때마다 뜨끔거리는 무릎때문에 자꾸만 쳐진다.
그럴때 마다 기다려 주는 그 분들이 고마웠다
알프스리조트에서 진부령까지의 헷갈리는 대간길도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GPS 덕분에 마지막까지 길을 잃지 않고 진부령에 도착했다.

목이 메이고 또감격 할 줄 알았는데.

자랑스러워 펑펑 울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냥 한번 글썽인 눈물은 다 했구나 하는 위안이었지 싶다.

동행한 부부..
아줌마가 꺽어다준 야생화 꽃다발을 들고 대간길 종착역을 알리는 기념비에서 사진을 찍었다.
웃음이 나왔다.

진부령에 도착하고 또 몇장의 사진을 찍고

그분들은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황태찜 . 공기밥 세그릇..

부산 분이셔서 내려가는 길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그냥 먼저 가시라고..

속초에 도착하니 붉은 옷을 입고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 다닌다.
비가 오지 않았나 보다.

도로에 비의 흔적이 안 보인다.
산중 날씨만 그랬던걸까..

어째든 사람들의 신기한 행동에 할말이 없다.
라디오에서 듣기만 했지 첨봤다
스페인과 축구를 할거라고 했다.

안 물어 봤어야 했는데..


사우나를 찾아 수염을 먼저 깍았다.
20여일 기른 수염이삐줏삐줏 나 있었다.

거울속에 이상한놈이나를 보고 서 있다.


Posted by gold-line
,
6월 21일 금요일
일수: 37일째
날씨: 맑음. 짖은안개. 비

희운각~미시령(상봉샘터) (약 14km)

희운각출발 : 05:50
마등령 : 09:30
황철봉 : 14:30
미시령 : 15:40~18:30
상봉샘터 : 19:30

구룡령에서 미숫가루로 10일을 버티면서 대간을 했다는 형님께 말린 오징어 10마리를 받은적이 있다.

고향다녀오는 길이라면서 힘내라 하시며 ......주고 싶으셨던가 보다.

심심한 입을 달래느라 몇마리 먹었다.

그런데,

나머지를 희운각 다람쥐가 훔쳐갔다.

내.외설악을 양분하는 공룡능
외설악의 짙은 운무들이 공룡의 등을 넘지 못해 하늘로 솟구친다.
내설악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다.
하늘로 솟구치고 솟구치는 안개는 빛을 받았다. 황홀하다.
1275봉의 공터에서 넋을 잃고 봐야 했을 만치 멋졌다.
천화대와 1275봉 사이(?)의 안부에서 야영을 몇일째 하고 계신다는 부산에서 오셨다는 모형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갈길을 재촉했다.

없는 식량이었지만 그래도 남을지도 모를 부식 조금을 덜어 주었다.

마등령에서 만난 한무데기의 사람들이 값 비싸게 보이는 초콜릿을 주었는데 엄청났다.


마등령을 지나고 저항령까지의 너덜도 가푼한 걸음이었지만 안개때문에 너덜지대에서 길 찾기가 맘처럼 쉽지가 않다.
저항령 나무아래서 잠깐 내린 보슬비를 피해 밥을 먹었다.
잠시 내린 비에 또다시 흠뻑 젖어 버렸다.

황철봉에서 시작되는 너덜지대는 정말 안개속에서 절망적이었다.
길찾기 힘들게 생겼다고 투덜거림도 잠시 거짓말 처럼 또 날씨는 깨끗해졌다.

아래서 3명이 힘에 부친 표정으로 올라왔다.

전라도 정읍에서 왔다 했다.
미시령에 도착하자 말자 인수형님은 담을 기약하는 말고 함께 부랴부랴 히치를 하고 속초로 나가신다.
막차 탈 시간이 빠듯해서였다.
3일을 예상하고 왔는데 덕분에 하루 빨라졌다면서 고마워했다.
나도 하루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통기타 음악이 나오는 미시령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낮잠을 자다가 남사스럽기도 하고

또 퇴근을 하고 나면퀭한 휴게소 구석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할까 봐서 잔뜩 낀 먹구름을 등에 지고 상봉으로 올랐다.
샘터 안쪽에 야영지가 있었다.

보슬비가 내린다.

Posted by gold-line
,
6월 20일 목요일
일수: 36일째
날씨: 비온뒤 눈부신 맑음

단목령~희운각 (약23km)

설피골출발 : 06:00
단목령 : 06:15
점봉산 : 09:00
한계령 : 12:15~13:40
대청봉: 17:40
희운각: 19:15

마음씨 좋은 산아저씨 덕택에 좋은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포식하며 일어난 아침은 퉁퉁 부은 눈 뿐이었다.
살짝 밝아 있는 새벽 일찌감시 나와서 공기를 음미하고 세수를 한판 하고 ...

세수하는 곳이 예술이다.

자연석에 위에서 흘러 내린 물이 받아지고 또 흘러내린다.

꼭 선녀탕 같다.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때문에

하루 더 쉬게 해 달라고 할까. 그냥 갈까에서 갈등했지만 결국 민폐 더 끼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아직 주무시고 계신 분들 깰까봐 조용히 패킹을 하고 나오니 벌써 아침산책을 끝내시고 담소중이었다.
속초 볼일 있어 나가는데 회나 한사리 하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으신다.
순간 갈등이 생겼지만 겨울에 한번 찾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어제 왔던 길로 되돌아 왔다.

단목령을 올랐다.
점봉산을 오른다.
빗줄기는 점점 거칠어지고 하의 오버트루져를 입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다 젖어버려 무게만 늘어 버렸다.

풀숲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오버트루져는 벗어 버리고 다시 비옷을 입었다.
일어서려는데 뒤에서 시커먼물체가 수욱 나타난다.
놀래 까무르칠뻔했다.

아니 약간 뒤로 물러났으며 의식하지 못한채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새벽 산속에누군가 있을거란 생각을 누가 할수 있을까...

단목령 아래 오색쪽샘터에서 주무셨다 했다.
고어침낭카버를 자랑하셨고 덕분에 비는 피했다고 했다.

그리고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했다고 했다.
스틱자국과 발자국을 보고 열심히 따라왔다고 했다.
구간종주중 빼먹은 구간을 보충한다고 했다.
이름은 박인수 씨라 했다.
9살이나 많은 연배셨고 대구에서 오셨다 했다.

점봉산에서 잠시 마술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대청봉을 보았다.
반팔만을 입고 있다가 추워져서비옷을 입고 망대암산 암벽을 기어 올랐다..
또 다시 한무데기 일행 4명을 만나게 되었다.
맨발산악회 부부들이라고 했다.
역시 단목령에서 올라오셨고 오색에서 출발한 구간종주 분들이셨다.
아니 어제 새벽에 봤던 구룡령에서 먼저 출발한 그분들이었다.

대단한 속도였다.

어째든 음산한 날씨에 난코스라 걱정했는데사람 복 터졌다.
위험하고 힘든구간 사람들이 많으니 무엇보다 안심되었다
점봉산~망대암산~한계령 구간은 자연휴식년제로 망대암산 암릉들에 사다리와 밧줄들이 모두 철거되어
특히나 비오는날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간이였다.

한계령까지 같이 이동후 식량구입과 매식비 인출때문에 하산한다는 나를 만류한다.
20,000원 꺼내 주시더니 모자라는 경비하라 하시고는 부식은 자기가 많이 있으니깐 미시령까지 가자고 하신다.
중재에서 부산계신다는 김원효씨에게 20,000원을 받고 두번째다.
내가 글케 없어보이진 않는데 왜 나한테 돈을 주는지.
뿌리치고 사양해도 이미 꺼집어 낸 돈 손 부끄럽게 하지말라시며 건네신다.
그렇게 어려보이지도 않을건데...알다가도 모를일 같다.

매표소아래에 있는 전망대 정자에서 아침에 비맞은 장비들을 주욱 늘어 제껴 놓고 점심을 먹었다.
맨발산악회형님들은 아래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시는지 올라오시질 않는다.
날이 계속 맑아진다.
급기야 공기중에 티끌하나보이지 않는다.

어째든 같이 가게 되었다.
대승령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서북주릉은 물론내외설악. 점봉산의 조망이 한눈에 보인다.
거짓말처럼 날씨가 깨끗해지고 시야 100% 조망권의 옵션을 안고 대청봉으로 달렸다.
맥킨리를 다녀오셨다하고 대구 YMCA산악회에서 활동하신다고 했다.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중간 중청대피소에서 들리는 방송을 들었지만.
"죽음의계곡 내려서신 분길 없습니다. 빨리 돌아 나오세요..."

희운각에서 소주 한병을 구입해다 저기 아래 옛 야영사이트에서 비박구를 늘어 놓고 산 이야기를 했다.
다람쥐가 소주잔도 덮친다.

Posted by gold-line
,
6월19 수요일
일수: 35일째
날씨: 흐렸다 맑았다 깨끗했다 뿌옇다~ 결국엔 비가 쏟아짐

구룡령~조침령~단목령 (약30km)

구룡령출발 : 04:40
갈전곡봉 : 06:20
왕승골갈림길 : 08:00
단풍군락 : 10:40
조침령 : 13:30
900.2봉 철쭉능 : 14:30
북암령 : 17:00
단목령 : 18:10

월드컵 이탈리아전의 흥분때문에 잠을 제대로못잤다.
혼자서 알딸딸한 술기운에 라디오에서 들리는 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고래고래 악을 쓰도 바람에 뭍힌 목소리는 단음으로만 끝났다.
겨우 새벽2시쯤 잠들었지만 4시도 못되어 깨고 말았다.
그 시간에 대간줄기를 타기위한 어떤 일행들의 말소리를 들려서였다.
바쁜 사람들이지 이내 숲속으로 사라졌다.

장비를 꾸리고 대충 식사를 한후 출발했다.
갈전곡봉을 오르기도 전에 날은 훤하게 트였고 안개속에 불쑥불쑥 솟은 산들이 경이롭다.
오늘 산행은 지루할만큼 편편하고 또 대간중에서도 젤 긴 일정이었다.
도상거리만 30km이상이 되어 보이는 27구간의 전부다.
내가 왜 이길을 걷고있냐며 다시돌이켜 보게되는 지루한 길이었다.
원래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 있을리도 만무하겠지만
이만큼의 길을 걸어오고 난후의 생각이지만 백두대간을 꿈으로만 간직할때가 그리워졌다.
선택했기때문에 가고 있지만,
정말 초라해보였고 힘들어서 쉬어야 했기에 주저 앉아 버리는시간이 길어질수록 한숨만 늘어갔다.

갈전곡봉의 오르내리막을 지나 왕승골이란 표지판이 붙여진 곳을 지나왔다.

단풍군락지도 지나왔다.
한참을 가니 조침령 길인듯한 포장공사를 하는 길이 보인다.
내려서면 조침령인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기가 쇠나드리 쯤 된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침령에서 식수가 없어 아랫동네까지 히치를 하여 식수를 구해왔다.
조침령에서 900.2봉 사이가 38도선을 가르고 있었다.
삐뚤한 역사속에서 대간줄기를 여기까지 밖에 타지 못했을수도 있었겠다 이런생각했다.

양수발전소 공사현장이 보인다.
엄청나다.

새벽에 간 사람들 도대체 어디까지 갔는지 문득 궁금했다..
목소리들이 약간 나이가 들고 그래서 금방 따라 잡을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다.
북암령에 도착할때 쯤 먹구름이 몰려왔다.
힘들어죽겠구마 또 비냄새라니... 보폭이 빨라졌다.
도착한 단목령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두컴컴하다.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단목령 푯말이 퀭하니 반겼다.
단목령...박달나무고개

박달나무로 만들었음직한 단목령 이정표가 옛스럽다. 단목령에서 설피방향으로 100미터쯤에 있는 개울에서 발을 씻고 팬티를 빨고 밥할 준비를 했다.
비올걸 대비해서 노끈과 판초우의로 후라이를 만들고 메트리스를 깔고 침낭카바를 씌워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가스연료가 보이지 않았다.
구룡령에서 출발할때 분명히 넣은거 같은데언제잃은건지 답답했다.
어둠속에서 베낭을 꾸리느라 빼 먹었지 싶다.......

오색으로가야 하나...
들어만 본 설피골방향으로 가야 하나.
오색은 멀지만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이었고 설피골은 모르기 때문에위험을 안고 가야된다.
고민하고 있었다.

호젖한 중년 두분이 베낭도 없이 당귀잎이며 오가피가지 몇개를 손의 쥐고 소담을 나누시며 산책을 하신다.
내 눈을 의심해 하며 인사를 했다.

설피에서 올라오신 분이라 한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자기랑 같이 내려 가자고 했다.
아무 말도 않고 따라 내려섰다.
단목령에서 굴곡이 없는 시골오솔길 같은 길을 15분쯤 걸어 내려서니 통나무 찾집 분위기 집이 보인다.
한참은 연배로 보이는 털보와 사회에 있으면 안될거 같은 젊은 몇분이 음산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
그중 털보분은 89년(?) 대간종주를 했다 하면서 조령에 계신 아주머니 안부를 묻는다.

그 아줌마가 그아줌만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잘 계시다 전하고.
5분쯤 더 내려서자 그 어르쉰의 통나무집이 보인다.
운치있었다.

솥에 닭두마리 삶아 뒀으니 알아서 먹어라 했다.
직접 일구어 놓은 밭에 상추랑 당귀잎이랑 뽑아다 씻어 쌈밥에 닭 한마리를 혼자 다 먹었다.
소주한병까지 암말 않고 비워버렸는데도
싫은 내색도 안하셨고 나 또한 남의 집 같이도 생각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스 하나 베낭에 넣고 혹시나 라면까지 챙겨 넣었다.

그러라고 했다.

아늑하고 단촐하고 ..
무엇보다 집이 정말 멋졌다.
하나 더 짓는다고 공사를 하고 계신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

Posted by gold-l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