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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월요일
일수: 26일째
날씨: 맑은뒤 흐린뒤 비

고치령출발~도래기재 (약 25km)


고치령출발 : 05:30
마구령 : 08:30
갈곳산 : 10:45
선달산 : 12:25 →강원.경북 첫경계선
박달령 : 14:50~16:15
도래기재 : 18:15

한밤.

복통으로 구역질과 설사를 반복하며 두어시간동안을 끙끙 앓았다. .
첩첩산중 홀로 침낭에 얼굴만 내어놓고뭔 짓을 하는 건지 또 서러웠다.

별은 초롱초롱했다.

침낭 옆에서 설사를 할수도 없고 소식이 올때마다 멀찍히 일을보고 돌무더기를 쌓기를 하다가

약을 먹고 겨우 잠들었다.
5:00에 기상을 했지만 밥 먹을 생각은 못하고 30여분을 고민하다 그냥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다가 안될거 같으면 마구령에서 쉬기로 마음먹고출발했지만 움푹 들어간 눈에 허기를느꼈다.
정말 힘들다.
도착한 마구령에도 간간히 승용차가 지나 다닌다. 비포장인데도..
부글부글 끓는 복통에 자꾸소식이 왔다.

또 고민고민했다.
갈곳산, 선달산을지나며 안정되어 갔다.

박달령에 도착하니 고시 공부하며 대간을 한다는 김모씨를 만나 이야기하며 소주잔을 나눈다
자리 편 김에 라면도 하나 끓여먹고 초코파이 4개를 얻어 도래기재로 향했다.
미국과의 월드컵 경기를 들으며 옥돌봉을 올랐다.
도착한 도래기재 주위가 지도와 약간 다르다.
대간 능선에서 경북 영주 방향으로 2~3분 내려와야 팔각정과 폐쇠된 굴 입구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날씨 정보를 듣고 있다.
지금은 비가 내린다.
다행히 도착한 도래기재에는 팔각정과 폐매점으로 보이는 판넬 구조물이 있다.
그 구조물안에는 먼지묻은 소파와 풀짚으로 깔아둔 바닥이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지만 오늘 밤은 편안할거 같다.
점점 굵어지는 빗소리 깊은산중의 운치 라디오 소리 ......
이 헤드랜튼만 꺼버리면 온세상이 캄캄해지겠지.
내일 산행도 걱정된다.

계속 힘들다고 느꼈지만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더 굵어지는 빗소리....
내일 오후쯤 개인다고 하고 새벽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다고 한다.
밤 8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 벌써 자야할 시간이라니.....
꼭 대간완주를 하고 편안함으로 안주했던 세월과 다른 새로운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식량도 이제 하루치 밖에 없다.
화방재에서 하루 쉬고 식량구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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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일요일
일수 : 25일째
날씨 : 좋음

죽령출발~고치령 (약25km)
죽령출발 : 05:20
송신소입구 : 06:20
제1연화봉 : 08:10
비로봉 : 09:10
국망봉 : 10:30~12:30
상월봉 : 12:50
마당치 : 17:10
고치령 : 18:20

새벽 4:30분 기상하여 휴게소 주차장으로 나왔다.
낮설지 않는 차가 보인다.
늦은밤 부산에서 출발하여 도착해 아직 피곤에 지쳐 잠든 회원들이다.
안와도 된다는산행지원을 기어이 온다기에 쉬지도 못하고 여태 달려온 나 역시 피곤했지만

밤새 달려와 곤히 잠들어 있는 그들을 보니 미안코 고맙다.
동이 안튼 새벽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설레임...
그렇지만 왜 그렇게도 서먹했던지...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째든 그들을 깨워 사온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산행을 재촉했다.
밤새도록 잠을 자지도 못했을텐데 불평없다.
죽령매표소를 지나 송신탑 전망대를 지나고 연화봉을 지나칠때쯤부터 사람들 모습이 많이 보인다.
비로봉 지나 국망봉에서 아침에 교통편때문에 갈라졌던 팀을 만나 푸짐히 준비해온 음식으로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낀다.
스티로폴박스에 꽁꽁 얼려온 맥주와 고기.
산에서 이렇게도 먹을수 있다는게 의심스러울만치 덕분에 잘 먹을수 있었다.

어제 죽령주막에서 헤어졌던 선배분들을 다시 만나 식사를 하고 고치령까지 동행을 했다.
상월봉지나 늦은맥이고개를 지나칠때쯤부터 연세때문에 많이 지쳐 보였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푸짐한 간식과 편안한 능선 멋진 점심식사 때문에 오늘 하루는기분 좋았다.
고치령에서 두분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섭섭한 헤어짐에 몇번이나 손을 흔들어 주었다.
비포장인데도 여기까지 택시가 콜이 된다 했다

풍기에서 온 택시를 타고 떠나는 그 사람들의 뒷모습에 얼마나 서운했는지.

그분들과 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또 혼자가 되기 때문에라는 걸 안다.


헬기장에 메트리스,침낭을 펴 놓고 샘터에서 물을 길러와 일찌감시 비박준비를 했다.
지도상에 표시된 산신각은 작년에 소실되었다고 택시기사분이 일러주었다.
기대했던 비박지가 없어 서운했다.그렇지만 산신각에 잔다는 것도 찝찝하긴 마찬 가지다.

그런대로 하늘조망권이라도 좋은 헬기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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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토요일
일수: 24일째
날씨: 짙은 안개 쎈 바람...오후 파란하늘 잔잔한 바람

저수재~죽령 (약20km)

저수재출발 : 05:30
배재 : 07:05
뱀재 : 08:40
묘적령 : 10:10~11:10
도솔봉 : 12:45~14:00
죽령 : 16:15

바람몹시 불던 어젯밤 저수령팔각정...
날이 저물어 침낭속에 들어가 잘때 누군가 말을걸어 일어났다.
바람소린지 산짐승소린지 꿈속인줄로만 알았다.
서울에서 오신 구간종주를 하고 계신 두 분이셨다.
대뜸 깨우시더니 휴게소에서 감자탕과 소주한병을 시키주셨다.
일시종주라는 이름으로 백두대간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제일부럽다 하셨다.
휴게소를 경영하고 계신 주인댁의 말씀을 듣고 찾아오셨다고 했다.

정말 바람 몹시도 불었다.
불꺼진 휴게소 별빛조차 없는 깜깜한 밤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몇번이나 잠에서 깨였는지 모른다.
4시에 잠이 깨고선 바람때문에 침낭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45분 쯤부랴 부랴 아침을 먹고 5:30분 출발을 했다.
바람은 내 몸을 날려 버릴 듯 불고 짙은 안개는 시야를 발아래 땅에 고정시켜 놓았다.
저수재에서 초입으로 사라지기도 전 어제그 분들을 실고 온 차가 팔각정 옆에 도착했다.
간단히 목례를 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동을 했다.

촉대봉을 친후 능선에 붙고 나서는 안개때문에 한치 앞이 안보인다.
전망바위에선 구름위에 내가 올라선 듯 착각이 들게 온 세상이 안개세상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풍경이었다.
지도에는 없는 지명이 간간이 보인다.
다시 일행이 된 그분들께서 양주 한잔을 주신다.
몇년 묵혔던 갈증이 한번에 내려가는 느낌이다.

조금 시간의 차이를 두고 또 먼저 출발하였다.
아무래도 나보다야 나이는 한참 연배였지만 첫날 산행인 그분들의 체력이 좋을거라 생각해서였다.

산은 젊은 사람보다 많이 다닌 사람에게 조금 관대한 법이라.
묘적령에 도착하기전 죽령에서 출발하였다는 50대 가까이 뵈이는 분이 간식을 드시고 계셨다.
묘적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할때쯤 날이 완전히 개였다.
그분들은 도솔봉에서 식사를 하실거라 하셨다.
도솔봉 올라기기전 암릉이 있었으나 그렇게 위험하거나 힘들지는않았다.
헬기장에 표시된 도솔봉비석에서 사진을 찍고 도솔봉에 올라서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간간히 눈이 뜨인다.
도솔봉 아래 자리를 깔고 계신 그분들이 반가이 나를 맞으신다
염치불구하고 자리에 끼어 얻어 먹고 마시고 ....

적당히 일어서 죽령으로 향했다.
생각보다는 먼 거리였다.
죽령도착하기 30분쯤전 샘터가 있었다.
도착한 죽령. 주막에서 흘러나오는 약간은 시꺼러운 소리가 반갑다.
묘적령에서 이미 소백산 구간은 시작되었지만 소백산을 느낄수 있는 구간으로 진입한 것이다.
화장실에 가서 빨래를 하고 위통을 벗은 채로 샤워를 하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을때쯤 어떤 아저씨 한분이 오셔 슬쩍 쳐다보곤
국망봉까지 다녀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냐구 물어보신다.
8~10시간 쯤 걸릴 거라 말해주었고 베낭을 챙기는데 어디서 왔냐구 자꾸 물어보신다.
여차여차 얼버무리다잠깐 이야기를 했더니 잠깐 기다려 달라는 말을하였다.

차에 갔다 오시더니 과자와 초콜릿을 주신다.
웬떡!!

내일은 오랜만에 사람이 넘치겠다.

일요일이어서 소백산 등산객들이 많을 이유도 있지만

예전 산악회에서 지원산행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리산구간에서 부터 시간을 맞추려 속도를 내어 여기까지 달려 왔었다.

가스가 없는데 휴게소는 폐점되어 있었다.

지원산행 온다는 분들에게 쌀 하나사 달라고전화를 했고연료공급에 대해선 말을 안해혹시 안 가지고 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풍기까지 내려 갔다오느니 그냥 기다리는 편이 나을거 같다.
다시 주막쪽 팔각정에 가서 짐을 풀고 생각해봤지만 시꺼러워 잠 잘수 있을거 같지가 않다.
그때 마침 두분이 오셔 다시 주막에서 동동주 한잔을 할수 있었다.
다음주 킬로만자로에 갈거라 하신다.
풍기로 향하는 차를 히치하여 드리고는 폐점이 된 휴게소 2층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맑은 하늘에 달 그림자가 보인다.

내가 자리를 펴고 누우면
어떻게 아는지 날은 어두워져 준다.
그러면
이 넓고 넓은 산에 내가 있다는게 느껴진다.
내일이면 또 소백산을 훌쩍 넘어 외딴 곳으로 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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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금요일
일수: 23일째
날씨:아침엔 선선한 맑음 오후 잔잔한 바람조금 있는 무더운 맑음

대미산헬기장갈림길~저수재(저수령팔각정) (약 18km)
대미산공터출발 : 06:00
작은차갓재 : 08:30
황장산 : 09:30
황장재 : 10:00
벌재 : 13:45
문봉재(운복대) : 16:30
저수재 : 17:30

일행이 생기니 식량때문에 고생한(무거운) 베낭이 아니고서도 많은 먹을것이 생겼다.
대간중 산중에서 배부르게 먹긴 오늘이 처음인거 같다.
어제저녁 고등어김치찌게에 남이 해준 따끈따근한 흰쌀밥.....

아침..똑같은 점심.....얌체같이 얻어만 먹었다.
나의 특권인양먹어 대기만 했다.
먹을것만 눈에 보이면 군침이 삼켰졌다.
그분들 비상식량인 빵조차 내 입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안도했다.

내 배낭속에는 항상 일정양의 똑 같은 식량만 들어있다.
단 한번도 달라진적이 없는 메뉴였다.

세끼 식사가 매번 똑 같았다.

네끼를 먹고서도 허기는 금방 찾아왔다.
배는 왜이렇게 빨리 고파졌던지...

일행중 한분
탈진증세가 약간은 가신듯 어제 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걷는 걸음이 아직은 무거워 보이지만 어제에 비할바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처럼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일행이 되었다.

얕은 내리막과 오르막을 여러번..반복했지만 차갓재까지는 대수롭지 않은 산행이었다.
하지만 황장산 정상부의 암릉을 통과할 때쯤 다시 어제의 탈진 여파가 오는 듯했다.
여유로워 보이긴했지만 이상 진행하기엔 무리였다.

벌재에서 하산을 결정하셨다.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혼자일때의 적적함이 말이 아니었지만

내 길은 진부령까지 이어질 길임엔 틀림없다.
그렇게 탈진한 이유는 더운 날씨탓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가는것과 무게를 줄이지 못한 탓이라 생각되었다.
괜한 어리석은 충고를 했던가보다

나보다 훨씬 선배인 그분들에게 못할 말을 한것같아쑥스럽다.

30km쯤의 산행을 사람과 같이 할수 있어 좋았다.
벌재에서 그분들은 도로 하수관밑 물 나오는 곳에서 등목을 하셨고 나는 식수보충하러 황정약수로 향했다.
역시 남은 간식은 모두 내 차지였다.

벌재에서 충북쪽 도로를 따라 5분간만 내려서면 현대식화장실 시설과 약수가 나온다.
김천에서 관광오신 할머니.할아버지께서 점심식사를 하고 계셨다.
대뜸 할아버지 한분이 밥을 먹으라 하셨다.

팥이 들어간 찰밥에 상추 고추 된장...
점심 먹은지 오래지 않아 배고프지 않았지만 깨끗하게 비우고 물 한피티를 받아 능선으로 향했다.
그분들은 1톤 트럭을 히치하여 내려가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혼자된 능선길에 난 또 무지하게 외롭고 무덥다.
벌재에서 얕은 산을 하나 넘어 산악인의 휴게소라 쓴 표지판부터 500여m 동안 지독히 가파른 길이었다.
한번 땀을 쭉 빼고나니 세상만사 귀찮다.
문봉재(운봉산)에서는 저수재가 훤히 보이지만 실제로 가는데는 1시간이 넘게걸렸다.
돌아 돌아 넘어 넘어 힘 빠졌을때 그 길이 그렇게 멀어 보일수 없었다.

그렇게 먹었는데 저수령휴게소에 도착해선 또 배가 고파져 된장찌게를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휴게소 바깥풍경은 관광온 할머니들의 어깨춤에 너무 평화롭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지만 조금전까지만도 지침과 혼자라는것 .. 갈등속에서 걷고 있었는데
무릎 부상과 씨름하며 억지로 걷고 있는 길...
백두대간이란 길의 반을 넘어선 지금, 지나온길이 아까워서 혹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멍청한 생각으로 걷고 있는 길.

벌써 해가 지고 있다.
지쳤다.
만약 그만두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면 미련남아 두고 두고 후회속에서 살지도 모른다.

약한 생각은 아예 말아야지.

아.

이름이라도 알아놔야 했었는데....
정말 아무생각도 없이 떠나가고 나서야 왜 아쉬운지...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고 도움 주고 받으며 잊는건가?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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