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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화요일
34일차
날씨: 맑음

진고개~구룡령 (약23km)

진고개출발 : 05:30
동대산 : 06:10
차돌배기 : 07:20
두로봉 : 08:50
신배령 : 10:30
약수산 : 15:00
구룡령 : 15:40

새벽 3시

바람만 몰아 치던진고개 휴게소에 관광차가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억양의 말투가 영락없이 고향사람들 목소리다.
잠을 많이 잔 것도 아닌데 벌써잠이 깨였다.

누운채로 한참 별을 보고 있다가혹시 구간종주분들이 아닐까 말을 걸어 보았다.
노인봉~소금강 코스 산행을 하실거라한다.
혹시라도 동행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무너져 버려 아쉽다.

동행이 생긴다는 건...무게에 해방이 되고도 많은 먹을것들이 생겨 가끔은 사람좀 만나자고 주문을 외울 때도 있었으니...

그러나 이제 혼자라도그 기분이 처음들었을 때 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물을 퍼다 밥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멸치를 엊저녁에 사둔 고추장에 버무려 재어 놓았다.
굼벵이와도 같이 천천히 시작했지만 처음 출발때의 빠릿한 몸짓보다 훨씬 요령있게 잘 하고 있다생각했다.
군기빠진 고참병과 훈병과의 비교랄까.
어째든 이만하면 마지막날까지 부식은 신경 안쓰도 되겠다.
어차피 한계령에서 한번더 식량구입과 매식비 인출을 위해 하산할 생각이니...

날이 밝아지고 힘찬 발길질로 동대산을 올랐다.
스틱하나는 스틱끝의 조그만 쇠가 부러져 달아나버리고,

하나는 넘어지며 몸으로 깔아 뭉개어 버려 휘어져서 영 보기싫다.
동대산을 오르니 아침운동하러 오셨다는 저 아랫마을 사람분이 힘과 용기를 주신다.
다 왔으니까 힘내라..힘내라
다왔겠지....아니 제발 다 왔으면 좋겠다.
말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 분이데리고 온개하고 더한참놀았다.

어디 마을에서 올라왔는지 참 부지런하기도 했다.

오대산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대산에서 차돌배기, 두로봉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능선은 힘든 날위해 잠시의 안식을 주는것 같다.
두로봉에서 신배령에 이르는 길은 등산로 폐쇠구간라 적혀 있었다.
역시나 사람이 많이 안다녀서인지 길이 험하고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한 주목들이 눈요기를 시켜 주었다.

멧돼지가 일구어 놓은 밭 때문에길이 헷갈리기는 했지만 길을 잃지는 않는다.
강원도 멧돼지는 굴삭기들 같다.
세상천지를 다 갈아 엎어놓았다. 제발 내 앞에 나타나지는 말라고 기도도 하게된다.
숲속에서 쏜살같이 내 달리는 놈이 또 보였다. 간이 콩알만 해진다.
멧돼지가 나한테 겁먹고 도망 가는 거겠지.

아. 정말 돼지새끼 장난아니다.

만월봉에서 무슨 떡해 먹을때 색깔낸다는 나물(치나물이라한거 같음)캐는 나물꾼 몇명을보았다.
약수산 정산에 나무가많이 잘려있고작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구룡령에 도착했다.
구룡령엔 생태다리가 있었다.
육십령에서 장수 쪽으로 아래에도 만들고있었던 기억이 났다.

벤취에 앉아 있으니 할어버지 한분이 다가오셔 말을 건넸다.
어떤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분도 말을 붙이고.
나보다 서너살은 위로 보이는 형씨도 말을 건다.

할아버지께서는
대구개인택시산악회에서 대간구간종주 하시는 분들 기사로 알바를 오셨다고 했다.
잠깐 이야기 나눈 덕택에 조금 후 산행하신 분들이 도착하고배터지게 얻어 먹었다.
오징어무침 회에....박카스탄 소주.
박카스...술의 신이라했나.노란 술이마셔도 취하질 않았다...

어떤나이 비슷해 보이는 총각은 한달전 하던일을 그만두고 산천유람을 한다고 했다.
잠은 어떻게 자느냐 밥은 어떻게 먹느냐. 옷은 어떻게 빨아입는지...꼬치꼬치묻는 말에 대답해 주어야했다.

새로 뽑았다는 무쏘를 타고온 30대중반?.
그분은 2000년 하계 백두대간단독종주를 했다고 했다.
미숫가루만 먹고 10일을 견뎠다 했다.
점봉산구간과 망대암산을 지나 한계령가는 길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휴게소 직원들이 다 퇴근했을 때 휴게소는폐허나 다름 없었다.

몰아치는 바람은 음산한 귀곡산장소리를 낸다.
아무도 없이 텅 비어 버린 휴게소 한켠 벤취에 침낭을 펴고 커버를 씌우고

내일도 부디 맑기를 바라며.....

별이 보인다.
라디오에선 한참 이탈리아와의 월드컵경기중이었다.

대한민국 소리도 바람에 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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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월요일
일수: 33일째
날씨: 대체로 맑음

대관령~진고개 (약23km)
대관령출발 : 06:00
선자령 : 08:30
동해전망대 : 09:35
소황병산샘터 : 13:00 ~15:05
노인봉 : 15:30
진고개 : 16:20

믿기지 않을만큼의 현란한 촛불.
괭과리 소리.
북소리.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
둥~둥

밤새도록 꿈을꾸었다.

아침은 쌀랑한 날씨였다.
침낭에서 찌뿌둥한 몸을 삐대며 움츠리곤 꼼짝을 하지 않은채 한참있었다.

산행은 6시부터 시작했다.

가는 걸음 마시라며 어제 약초꾼이 오가피차 한병을 주셨다.

오대산으로 갈거라고 했다.

순간 한구간 빼 먹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발길이 선자령으로 향했다.

자꾸 갈등이 되었다.

어제밤 국사성황당 산책때 걸은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다 통신소를 거치고 철책을 따라 이동했다.
오늘 역시잠깐만에 흠뻑 젖었다.
애꿋은 발만 아침부터 불어튼다.

곧 선자령 정상에 도착하고 목초지대를 걷는다.
길이 여기저기 있어 헷갈렸지만 소황병산을 보고 대충 아무렇게가면 되었다.
목장길 따라 몇시간을 걸었는지 가도 가도 끝없는 목장.
지루할만큼 그렇게 이어진 길에서 아침부터 지쳐버렸다.
한걸음 한걸음 투벅.
힘없이 주저앉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 반복되고..
동해전망대라고 표시된 간이 쉼터에서 한참 앉아 궁상을 떨었고,

또 잠깐 가다가 목초지 나무아래에선 아예 자리를 펴고 누웠다.
지상 30m도 안되게 비행하는 헬기가 거슬렸다.
시끄럽기도 하고 위에서 망원경으로 나를 보는것 같아 기분 나빴다.

소황병산 샘터에서 식수를 길어다 라면을 끓여먹고는 출발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인지 물길을 제법 건너며 이동한다.
아마도 소금강에서 황병산쪽으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해져서 만들어진 길을 그냥 대간길로 이용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황병산은 노인봉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가는지 능선 목초지 위에 아련하게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을 알리는 푯말인지 알수는 없지만 여긴 소황병산 정상은 아니었다.
삼각점을 알리는 표식이 있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노인봉으로 향하는 길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났는지 산위의 산책길 같았다.

노인봉산장에 도착하자 털보수염을 한 영감이 평상에 누워 햇살을 쪼이고 있다.
인사를 했지만 힐끗 보다 돌아 누워서낮잠을 잔다.
한참 아래에 있는 식수를 길어다 자리를 뜨지만 살짝 기분나빴다..
근 10일째 20여km를 운행했던 탓에 이젠 아예 두다리 움직이기가 싫다.

오늘내일 그나마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부랴부랴~

일찍 도착한 탓에마땅히 쉴곳이 없다.
지도상에 약간 아래 폐교가 있는 것을 보고 찾아 나서다가
다시 휴게소로 돌아와 관리하는 분께 여쭈니 차량방화에 사람이 불타 죽은 곳이라

그냥 휴게소에서 자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신다.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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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일요일
일수: 32일째
날씨: 안개에 젖은 오후는 맑은날 그렇지만 먼주위는 전혀 보이지 않음

삽당령~닭목(재)령~대관령(약26km)

임계여관출발 : 05:40
삽당령 : 06:20
석두봉 : 09:20
화란봉 : 11:20
닭목령 : 11:50~12:40
고루포기산 : 15:05
능경봉 : 17:00
대관령 : 17:45

삽당령을 경유해서 강릉으로 가는 첫버스는 08:05이었다.

새벽이고 지나는 차가 별로 없어서 히치가 어려웠다.
어렵사리트럭을 얻어 타는데 성공하고삽당령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모처럼의 동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오솔길 아래엔 길따리 임도가 나 있었다.
풀잎에 나뭇잎에 맺힌 지겨운 이슬들은짧은 시간에 옷을 몽땅 적셔 버린다.
개운한 새벽에 질퍽한 아침이 되어 버렸다.


심심한 산행길도 이제는 대간 후반부에 들어 단련되었다.
멍하게 허공을 보며걷다가 괜찮은 길이 나오면 기분 좋고 잡목이 괴롭히면짜증도 내고 했지만
그럭저럭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 갔다.

눈이 오면 텐트를 치고 한번쯤 이런곳에 야영했으면 한 곳도

산죽군락이한참 동안나를 따라 오던 숲길도 지나쳤다.
걷는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는 산행에도취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무릎이아파 내리막길이 두려울 때가 많았지만 그 두려움보다 훨씬 큰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가 자신감인지 만족인지는 모르겠다.

닭목재

곡물저장고 앞 산신각 잔디밭에 늘다랗게 젖은 옷가지와 신과 베낭을 널어놓고 점심을 먹었다.
부랑자의 행색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시선을 염두에 두진 않지만 좀 초라했다.

목장을 지나 쉼터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보낸 후 발길을 옮긴다.

오후엔 여지없이 지친다.

능경봉에서 오랜만에 사진을 한컷했다.
산 아래 거북이등 샘터에 데이트를 하는 커플이 두 쌍이 있었다.
숲속에서 툭 튀어 나오자
갑자기 환해지며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보였고
새로 생긴 터널로 인해 폐쇠된 대관령 휴게소가 을씨년 스럽게 보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한번지났던 적이 있지만도저히 생소한 이곳이 오늘잘 곳이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밥을 하고 있으니 간이매점(?)을 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오셔 소주를 권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두병을 비우지만 머리는 개운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날이 어둑해질쯤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약초꾼 한분이 또 오셔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신다.
그분 포터를 개조한 멋진곳에서(~사회에서 보는 시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음) 오가피차를 한병쯤 비우고

국사성황당으로 산책을 갔다.
굿거리 하는 광경이 보고 싶었었다
신묘한 터에 예사롭지 않은 고급승용차들이 즐비하고 한상에 몇백만원치는 될만한 음식들이 국사성황당임을 말해준다
중얼중얼거리는 주문에 한참동안 넋이 나가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다.
떡 좀 얻어 먹자 했지만 면박받았다.


정말 이색적인 체험이었고 신기했다.
한국 땅이 아닌 조선시대 인줄 알았다.

별이 반짝인다.
내일은 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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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토요일
일수: 31일째
날씨: 맑은 아침 오후한때 소나기

백복령~삽당령 (약 18km)

백복령 출발 : 06:00
생계령 : 08:20
석병산(헬기장)일월봉 : 12:15~12:40
삽당령 : 15:10

잘 오고 있기는 한걸까.
이제 계획대로라면 8일후면 끝난다.
지독히 먼길이었고 가야 할 길도 아직 멀다.
그렇지만 이 길이 끝나면뭐하지 라고 생각했을때는 조금더 오래도록 이 길을 걷고 싶기도 하다.
빨리 끝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과, 내가 가는 이 길이 계속된 길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그 짙던 안개를 아침의 태양은 모두 걷어 가 버린다.
으슴푸레한 여명에 한동안 멍~하니 동쪽을 바라보다가 뭔 착각속에 살다 깨어난 사람처럼 수돗가로 가서 미뤄뒀던 빨래를 했다.
쉰냄새가 베낭 속에 살포시 배여서 이제 이 냄새가 익숙해져 버렸다.
다행이 아침이 맑아서 빨래가 하고 싶어졌었다.
가진 옷가지도 귀찮아서 집으로 보내버리고 상하의 단 두벌만으로 갈아입고 다니고 있었다.

아침 백복령 매점 아주머니께서 주신 사흘치 김치를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포장을 해서 나왔다.
깡돌이와 깡순이가 따라나온다.
자병산 철탑까지 마중나온다.
더 따라오는걸 돌맹이 몇개로 보냈다,

자병산을 깍아먹고 있는 기계뭉치들의 소음이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석회암지대, 카르스트지형이라고 했다.
쌍용양회라고 하는 시멘트회사에서 산을 깍아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길이 짤려 나가고. 난데없이 산은 절벽으로 변해있고... 이 산줄기중 제일 험한꼴 같이 보인다.

중간중간 아직 많은 산딸기를따 먹느라 정신이 없다.
도저히 진도가 안나간다.
자병산을 지나고 얕은 구릉이 계속된다.
책에서만 봤고 말로만 듣던 함몰지형이 두어시간 나타난다.

아침 분명히 맑았는데 곳곳에 안개가 자욱하다.
강원도 산길은 분명히 뭔가 다를줄 알았지만 여태 느낀 강원도 산길도 여느 산길과 다르지 않다.
계속된 뿌연안개탓이었다.

살가운 잡목구간과 산죽군락을 지나고 석병산을 올랐다.
바위로 병풍을 두른 산이라 극찬을 아끼지 않던 산이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안개와 소나기가 마중했다.

한치 앞만 보인다.
한바탕 먹구름으로 시작한 소나기는 삽당령 하산때 까지 그칠줄을 몰랐다.
두어시간 지치게 만들고야 가는 비로 바뀌었다.

아침 기분좋게 빨래를 했는데 이제 옷도 한벌 없는 비맞은 새앙쥐꼴이라니....
초여름이건만 산중날씨는 춥기만 했다.
강릉으로 가서 하루쉴까 하다가 임계로 내려 가기로맘 먹고 히치를 했다.

도착한 임계..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면 단위 쯤 되 보이는 촌이라 은행현금인출 시간이 늦어 돈을 뺄수 없었다.
그나마 여관비가 되었지만 깍아 달라고 말을해 봤지만 별로 깍힐기미도 안보이고 남은 돈은 딸랑 오천원이고...
소주한병 사다 라면 끓여 놓고 주인장에게 양껏 보일러 올려 달라하고 욕탕에 물채워서 베낭까지 빨아 버렸다.

수염이 많이 길었다.

낯설다.
묵은 때까지 없애느라 두어시간 그러다 소주 한잔에 알딸딸하다.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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