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6/22 토요일
일수: 대간마지막날 38일째
날씨:비

상봉샘터~진부령 (약 11km)
상봉샘터출발 : 05:30
상봉 : 06:10
신선봉

: 07:15

대간령(큰새이령) : 08:20
진부령 : 12:45
속초 : 15:00

상봉샘터

비를 피하기 위해 노끈과 판초우의로 덮개를 만들었다.
잔잔한 비가 쉴새없이 계속 내렸다.
지겹도록 맞아 왔는데..
라디오를 듣다 잠이 들었다.


새벽

축축히 젖어오는 침낭속 냉기는 비였다.
얼마나 많은 비가 온건지...
잠을 깨렌튼을 켜니 사방이 전쟁터 같다.
분명히 엊저녁 들은 기상예보에서는 흐리고 비가 많이 안온다고 했는데...
아닌게 아닌줄 알면서도 쓴웃음이 나온다.

엊저녁 해 놓은 밥, 침낭, 침낭카바..... 모든 장비들이..튀겨진 흙탕물과 비에 젖어 있었다.
추워졌다.
여름이었지만 비오는 산중은 어지간히도 추웠다.

입김이 나왔다.
소름돋아 오른 피부...윗턱과 아래턱은 어찌할줄 몰라...달달거린다.
까스버너를 켜 두고 긴 새벽을 보냈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빗물때문에 넘치는샘물을 길어다 라면을 끓였다.
조금 훈훈했다.
먹는 모습이 어떨까?
수염 위아래 뭍은 라면 국물이 혀끝에서 짭짤하게 느껴졌다.

날은 어두웠지만 움직이면 그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에 짐을 꾸렸다.
마대자루 같은 베낭속으로 아무렇게나 쑤셔 넣는데도 짐 꾸리는 시간이 한정이 없었다.
젖는 걸 방지를 위한 베낭속 속비닐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미 베낭속에서 물은 배어나오고 있었다.

묵직하다.
마지막날 이런고생이...
날은 밝아 오고 있었지만 부슬비와 짖은 안개는 그치지 않았다.

출발하는 순간에 그저께 점봉산에서 잠시 만났던 구간종주 부부가 올라오셨다.
반가움과 서러움이 교차했다.
많이 놀라셨다.

조금전 올라오는길에 멧돼지와 마주쳐 간이 콩알만 해졌는데

숲을 헤쳐 터인 공터로 나오자 마자시커먼물체가 쑥 일어나길래 또 기겁을 하셨다고...
어째든 동행이 생겼다.

젖은 베낭무게에 짖눌리고 내리막길 때마다 뜨끔거리는 무릎때문에 자꾸만 쳐진다.
그럴때 마다 기다려 주는 그 분들이 고마웠다
알프스리조트에서 진부령까지의 헷갈리는 대간길도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GPS 덕분에 마지막까지 길을 잃지 않고 진부령에 도착했다.

목이 메이고 또감격 할 줄 알았는데.

자랑스러워 펑펑 울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냥 한번 글썽인 눈물은 다 했구나 하는 위안이었지 싶다.

동행한 부부..
아줌마가 꺽어다준 야생화 꽃다발을 들고 대간길 종착역을 알리는 기념비에서 사진을 찍었다.
웃음이 나왔다.

진부령에 도착하고 또 몇장의 사진을 찍고

그분들은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황태찜 . 공기밥 세그릇..

부산 분이셔서 내려가는 길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그냥 먼저 가시라고..

속초에 도착하니 붉은 옷을 입고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 다닌다.
비가 오지 않았나 보다.

도로에 비의 흔적이 안 보인다.
산중 날씨만 그랬던걸까..

어째든 사람들의 신기한 행동에 할말이 없다.
라디오에서 듣기만 했지 첨봤다
스페인과 축구를 할거라고 했다.

안 물어 봤어야 했는데..


사우나를 찾아 수염을 먼저 깍았다.
20여일 기른 수염이삐줏삐줏 나 있었다.

거울속에 이상한놈이나를 보고 서 있다.


Posted by gol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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